첫번째 이야기 - 여자들의 욕망을 이야기하다




“제 앞가림도 못하면서 나는 기부를 한다. 정기적으로 들어가는 기부금 때문에 엄마에게 돈을 꾼 적도 있다. 굶주려 뼈만 남은 아프리카 아이들을 보면 가슴이 무너지고, 새로 나온 마놀로 블라닉 구두를 보면 그게 갖고 싶어서 잠이 안 온다.”

딱 두 줄의 문장이 내 마음을 끓어당겼다. 저 두 줄의 문장을 보는 순간 이 책을 꼭 읽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저 두 줄에서 벌써 이 책의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냄새, 현재를 살고 있는 이들의 욕망의 냄새말이다.

나는 이런 류의 소설, 드라마를 좋아한다. 흔히들 칙릿이라고 이런 류의 문학장르를 규정짓는다. 칙릿이란 젊은여성(chick)과 문학(literature)의 합성어로 전문직의 20, 30대의 여성을 주인공으로 그려 그녀들의 사회를 그리는 작품을 말한다. 
 대부분의 칙릿은 현실과 판타지를 잘 버무린 비빔밥이다. 여성의 사회생활, 연애, 꿈 등 그녀들의 라이프스토리를 섬세한 감정선을 살려 묘사하고 있어 현실감을 유지하며, 그녀들이 꿈꾸는 무언가-젊고 잘나가는 멋진 남자, 혹은 멋있게 성공하기?- 를 대신 이룩하고 있어 판타지를 살린다. 그래서 현실에서 만족치 못하는 여성의 욕구를 대신 채워주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여성들이 좋아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른바 여성전용 문학같다.
 
나 역시 대학을 다닐 때는 섹스 앤 더 시티에 열광했고, 작년까지만 해도 지금 SBS에서 드라마로 시작한 달콤한 나의 도시에 열광을 했었다. 30살이 코 앞으로 다가온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그 고민이 저들이 하는 그 고민과도 비슷하기때문이겠지만......... 무엇보다 나의 이 속물 근성이 이 욕망의 냄새를 그저 피해가지 못하는 탓이다.

나는 속물이다.



속물

[명사]
1 속된 물건.
2 교양없거나 식견좁고 세속적인 에만 신경쓰는 사람속되게 이르는 .

-네이버 국어사전 출-





교양도 없고, 식견도 좁으며 세속적인 일에만 신경을 쓴다. 나는 이쁜 옷이 좋고, 이쁜 가방이 좋고, 잘빠진 구두를 보고 사지 못하면 꿈에서도 나타난다. 내가 다른 사람 눈에 이뻐 보였으면 좋겠고, 내가 다른 사람 눈에 멋진 여자였으면 좋겠다. 그리고 잘나고 잘난 남자가 좋다. 물론 이런 남자보다도 나는 내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다. 그리고 나는 성공에 대한 욕망도 강렬하다. 남들의 눈을 신경쓰지 않는다고 하지만, 사실 사회에서 살아가는 이상 어찌 주위 시선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살아가겠는가. 남들보다 내가 잘났으면 좋겠고, 그래 누구보다 잘나가고, 멋진 여성이 되는 것이 내 꿈이다. 그래서 나는 속물이다.

그런데 나는 속물이 비단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세속에 살고 있는 이상 세속적인 일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으니깐. 우리가 관심을 가지는 많은 사회적 이슈들은 다분히 다 세속적인 것 아닌가. 인간 자체가 세속적인 존재인데 이를 부정하는 것이 더 이상 미덕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물론 어떤 경우도 과도한 것은 문제라고 보지만 말이다.

여튼 그래, 그런 나의 욕망이 이 문제의 책을 집어들게 만들었다. 단 한 번도 손에 놓지 않고 그 자리에서 바로 다 읽어버렸다. 짜임새있는 구성과 나를 대변하는 듯한 주인공의 캐릭터가 나로 하여금 책에서 손을 놓지 못하게 만들었다.

물론 끝이 살짝 김빠지는 부분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지극히 정말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일 뿐이다), 첫 장편소설이라는 점에서 눈을 감아줄만 하다.

스타일은 제 4회 세계문학상 대상 수상작이다. 사실 어디어디 문학상 수상 이런 타이틀이 들어가면 우선 거부감이 든다. 왠지 그런 책은 지루하다는 편견에서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이 참 신선했다.

남자보다 쇼핑이 좋은 여자
샤넬 향수와 마놀로 블라닉 슈즈를 욕망하는 여자
44사이즈를 갈구하는 55사이즈의 여자
패션지 8년차 여기사 이서정....

그녀는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여성을 대변한다. 그녀들의 욕망을 대변한다. 그녀들의 사회를 대변한다. 꾸밈이나 감추는 것 없이 그녀는 솔직하게 말하고 행동하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솔직하고 꾸밈이 없다. 그렇지만 그녀는 오직 욕망만이 가득한 사람은 아니다. 자신의 일과 꿈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줄 안다. 그래서 앞으로 한 걸음씩 걸어갈 수 있는 여자다.

나는 책을 읽는 동안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다. 나와 같은 고민과 나와 같은 욕망을 가진 그녀!!!

비단 나뿐만이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그녀들을 대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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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JOOo | 2008/06/23 12:45 | joo's Story(Monday)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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